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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 본문내용

“네 부모를 공경하라!”

2018-12-12 13:27:40
설교본문 (신 5:16)
어버이의 은혜로 우리가 여기 있습니다.



 오늘은 어버이주일입니다. 온 가족이 함께 하나님께 예배드리는 날이기도 합니다. 이 시간 우리의 기억을 어린 시절로 돌려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일곱 살 혹은 여덟 살 무렵, 가장 먼저 떠오르는 얼굴이 누구입니까? 많은 얼굴들이 떠오르겠지만, 아마 대부분 어머니와 아버지의 얼굴을 떠올리실 것입니다. 바로 그분들 덕분에 우리가 존재합니다. 우리에게 생명을 주셨고, 인생을 사는 법을 알려 주셨고, 사랑할 줄 아는 마음도 가르쳐 주셨습니다. 혹, 우리 가운데 부모님이 살아계시지 않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어린 시절로 돌아가 보면, 부모님에 대한 기억과 인상이 가장 깊게 남아 있음을 알게 됩니다. 

 저 역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 보니 이런 기억들이 있었습니다. 먼저 할아버지가 떠오릅니다. 할아버지는 목사님이셨습니다. 어릴 때 할아버지가 늘 가족 예배를 인도하셨는데, 저는 기도 시간이 되면 눈을 뜨고 ‘가족들이 어떻게 기도하나’ 하고 쳐다보곤 했습니다. 

 또, 할머니가 계셨습니다. 저는 할머니를 많이 좋아했습니다. 지난날을 돌아보니, 어쩌면 어머니보다 할머니를 더 좋아했던 것 같은 생각도 듭니다. 이런 일화도 있습니다. 제가 결혼 전 아내와 연애할 때, 이제 결혼할 때가 되었다 싶어서 할머니께 아내를 소개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할머니는 늘 연애는 안 된다고 이야기하신 분이었습니다. 연애라면 질색하시며, 당신이 무덤 속에 있다가도 벌떡 일어나 말릴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그런 할머니가 제 아내를 보시더니 손을 꼭 붙잡고는 이렇게 이야기하셨습니다. “내가 지철이 세 살 때부터 손주 며느리를 위해서 기도했단다.” 제 아내가 고백하기를, 할머니의 이 말씀에 무척 감동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종종 이 이야기를 제게 해 줍니다. 그리고 제가 세 살 때부터 할머니께서 손주 며느리를 위해 기도하셨다고 했는데, 세 살 때가 언제냐면 제 아버님이 돌아가셨을 때입니다. 그러니까 할머니는 아비 없이 자랄 이 손자를 불쌍히 여기시며 그때부터 기도하신 것입니다. 

 저의 어머니는 저를 키우시기 위해 초등학교 교사 직분을 감당하셨습니다. 남편이 결혼한 지 3년도 안 돼 죽었으니, 자식인 저만 바라보시면서 사셨던 어머니입니다. 저는 나중에 가서야 ‘아, 우리 어머님이 참 외로우셨겠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그 외로움을 교회에서 신앙으로 이겨나가셨습니다. 나중엔 권사님도 되셨습니다. 교회에서 평생 반주자 역할을 하셨습니다. 어렸을 때 풍금을 배우셨고, 나중엔 피아노를 스스로 터득하시고, 오르간 반주까지 하시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쉰다섯이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저는 처음에 제가 만 두 돌일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 아버지나 제게 서로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 아들과 딸, 그리고 손주들을 키우다 보니, ‘두 살이면 그래도 말도 할 수 있을 때가 되었고 “아빠”라고 불렀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니 ‘예전에 아버지가 저를 얼마나 안고 이름을 부르며 사랑해 주셨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제 할머님은 제가 어렸을 때 너무 많이 울어서 저를 안고 바깥에 나가 재우고 들어왔다는 말씀도 해 주셨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아!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어머니, 아버지의 사랑 때문에 내가 이렇게 자랄 수 있었구나. 이렇게 기쁨을 갖고 살아갈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부모의 사랑은 하나님의 사랑과도 같습니다.



 이제 두 편의 시를 읽어 드리려고 합니다. 이 자리에 예순이 넘으신 분들은 어렸을 때 배고팠던 경험이 있으실 것입니다. 먹지 못하는 설움이 가장 큰 설움이라는 것을 경험하신 분들입니다. 그저 평생 먹고 살 수만 있다면 그것이 인생의 복이라고 여겼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제 읽어 드리려는 시가 바로 그런 정서를 담고 있습니다. 첫 번째 시는 아버지가 채소만 놓여 있는 식탁 앞에서 자녀를 생각하며 쓴 시입니다. 아려오는 마음을 절제하며 고백하는 시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시는 나이 드신 어머님의 발톱을 깎아드리며 ‘어머님이 이렇게 늙으셨구나.’ 하는 시인의 안타까운 마음이 담긴 시입니다. 이제 그 두 편의 시를 읽어 보겠습니다. 



“밥상 앞에서”



                   박목월

나는 우리 신규가

젤 예뻐

아암 문규도 예쁘지.

밥 많이 먹는 애가

아버진 젤 예뻐.

낼은 아빠 돈 벌어가지고

이만큼 선물을

사갖고 오마.



이만큼 벌린 팔에 한 아름

비가 변한 눈 오는 공간(空間).

무슨 짓으로 돈을 벌까.

그것은 내일에 걱정할 일.

이만큼 벌린 팔에 한 아름

그것은 아버지의 사랑의 하늘.

아빠, 참말이지.

접 때처럼 안 까먹지.

아암, 참말이지.

이만큼 선물을

사갖고 온다는데.

이만큼 벌린 팔에 한 아름

바람이 설레는 빈 공간(空間).



어린것을 내가 키우나.

하나님께서 키워 주시지

가난한 자에게 베푸시는

당신의 뜻을

내야 알지만

상(床) 위에 찬(饌)은 순식물성.

숟갈은 한죽에 다 차는데

많이 먹는 애가 젤 예뻐

언제부터 측은한 정(情)으로

인간은 얽매어 살아왔던가.

이만큼 낼은 선물 사 오께.

이만큼 벌린 팔을 들고

신(神)이여. 당신 앞에

육신(肉身)을 벗는 날,

내가 서리다.



 내일 당장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하는지는 잘 모르지만 아이들이 먹고 살아야 하는 것을 걱정하며, 아이들에게 “내일은 이만큼 선물 사올게.” 하는 삶의 고통과 아픔을 표현한 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에 소개할 시는 시인이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리는 내용을 담은 이승하 시인의 시입니다.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리며”

                                     이승하



작은 발을 쥐고 발톱을 깎아드린다

일흔다섯 해 전에 불었던 된바람은

내 어머니의 첫 울음소리 기억하리라

이웃집에서도 들었다는 뜨거운 울음소리



이 발로 아장아장

걸음마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이 발로 폴짝폴짝

고무줄놀이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뼈마디를 덮은 살가죽

쪼글쪼글하기가 가뭄못자리 같다

굳은살이 덮인 발바닥

딱딱하기가 거북이 등 같다



발톱 깎을 힘이 없는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린다

가만히 계셔요 어머니, 

잘못하면 다쳐요

어느 날부터 말을 잃어버린 어머니

고개를 끄떡이다 내 머리카락을 만진다

나 역시 말을 잃고 가만히 있으니

한쪽 팔로 내 머리를 감싸 안는다



맞닿은 창문이

온몸 흔들며 몸부림치는 날

어머니에게 안기어

일흔다섯 해 동안의 된바람 소리 듣는다



 우리 어머니, 아버지는 모두 다 위대하십니다. 유대인의 격언 중 ‘하나님은 모든 곳에 계실 수가 없어 그 대신 어머니를 세우셨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를 다시 해석하면, ‘모든 어머니가 있는 곳에 하나님이 계시다’라는 뜻입니다. 성경에서도 하나님은 고아를 불쌍히 여기시며, 자신을 ‘고아의 하나님’이라고 명명하셨습니다. 이를 통해서도 하나님이 부모님을 통한 사랑을 얼마나 귀히 여기셨는가를 엿볼 수 있습니다.



부모님께 감사와 사랑을 고백하는 자녀가 됩시다. 



 오늘 본문에는 다음과 같은 말씀이 있습니다. 신명기 5장 16절을 같이 읽어 보겠습니다. 



너는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명령한 대로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서 네 생명이 길고 복을 누리리라 (신명기 5:16)



 “장수하고 하늘의 복을 누리려고 하느냐? 그러면 먼저 부모를 공경하라.”는 것입니다. 십계명에서도 다섯 번째 계명이 바로 부모 공경입니다. 십계명의 핵심을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라고 할 수 있는데, 바로 그 중심인 다섯 번째 계명에 부모 사랑이 기록돼 있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이 땅에 수많은 사랑이 있지만 내리사랑은 두 가지밖에 없습니다. 하나는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시는 그 내리사랑입니다. 그리고 그 사랑을 본받아 우리에게 보여주신 위대한 인간의 내리사랑이 바로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의 사랑입니다. 그래서 하나님도 이스라엘 백성을 자녀라고 부르시고, 스스로를 아버지라고 계시하셨습니다. 예수님도 하나님을 아바 아버지라고 부르시며 우리에게도 이 명칭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하나님의 그 크신 사랑을 우리에게 알려 주시며, 우리로 하여금 그 사랑을 닮아 가도록 하신 것입니다. 매리 코르잔(Mary Rita Schilke Korzan)이라는 사람은 어머니의 사랑을 이렇게 회상합니다.



어머니, 당신은 내가 안 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당신이 내가 처음 그린 그림을 냉장고에 붙이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림을 한 장 더 그리고 싶었습니다.

당신은 내가 안 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당신이 내가 잘 때에 내게 잘 자라고 입 맞춰 주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나는 사랑받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신은 내가 안 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당신이 기도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내가 언제나 이야기할 수 있는 하나님이 계시다는 걸 믿었습니다. 

당신은 내가 안 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당신이 흘리는 눈물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때때로 가슴 아픈 일들이 일어날 수 있으며 울어도 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당신은 내가 안 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당신이 내게 큰 기대를 가지고 있음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나는 내가 될 수 있는 최선의 내가 되고 싶었습니다.

당신은 내가 안 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보고 있었고, 당신이 하셨던 모든 일에 대해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여러분, 우리 자녀들이 잘 모르는 것 같아도 실은 부모님의 사랑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자녀들의 이야기를 기도문으로 모아 보았습니다. 소망교회 중‧고등부 자녀들이 기록한 기도 내용입니다. 



“언제나 우리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해 주시고 힘들어도 안 힘든 척 우리 가족을 항상 사랑으로 이끌어 주시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아빠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우리를 위해 한 몸 다 바쳐 희생하시는 우리 엄마를 축복해 주세요.”



“항상 감사하지만 걱정되는 일도 있습니다. 아버지의 건강이 염려되어서 아버지께서 더 빨리 건강을 회복했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저 때문에 화나고 스트레스 받고 피곤하실 텐데도 제 생각부터 하고 걱정해 주시는 엄마에게 너무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제가 만약 신앙 없는 가정에서 자랐다면 제 일생 동안 주님을 몰랐을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저에게 이렇게 아름다운 가정을 주셨는데, 저는 이 가정을 가끔 제대로 사랑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이런 저의 모습을 불쌍히 여기시어 부모님께 효도하고 동생을 사랑스럽게 대하게 해 주세요.”



 계속해서 영상을 통해서도 우리 자녀들의 감사 이야기를 나눠 보겠습니다.



<영상 시청>



 그리고 이 시간엔 우리 모두가 이 감사의 잔치에 동참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여러분 앞에 검은 펜이 하나씩 있습니다. 이제 그 펜을 들고, 주보 안에 끼워진 감사 카드를 꺼내 보겠습니다. 어버이주일을 맞이하며 부모님이 살아계신 분들은 부모님을 생각하시며 감사 편지를 쓰시면 좋겠습니다. 혹시 부모님이 계시지 않는 분들은 지금 가장 먼저 떠오르는 분께 편지를 쓰면 좋겠습니다. 아내, 남편에게 고맙다는 편지를 쓰셔도 되고, 자녀에게 쓰셔도 좋습니다. 가장 감사한 분, 또 이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은 분을 떠올리며 카드를 써보는 것입니다. 이 시간, 우리의 부모님과 사랑하는 이에게 감사하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감사 카드 작성>



 이제 다 쓰셨으면 감사 카드를 봉투에 넣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카드를 부모님께, 그리고 감사하는 그분께 꼭 전하십시오. 그리고 오늘 자녀들은 부모님께 식사도 대접해 드리고 용돈도 드리는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가족이 함께 즐거운 하루를 보내며, 감사와 사랑을 나누는 시간이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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